<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내게 굉장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시청하던 참전 군인들 중에는 영화 오프닝의 상륙 작전을 차마 보지 못하고 영화관을 나가는 경우도 많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재발하여 보훈부에서 대대적인 카운셀링 프로그램을 펼치기도 했다. 독일어 더빙에 참여한 독일인 배우는 실제로 노르망디 작전에 참전했던 독일군이었는데, 영화의 사실주의적인 묘사 때문에 결국 더빙 작업에서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밀덕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오마하 해변 상륙 작전 장면이나, 멜리시가 심장에 칼이 박혀 죽는 장면, 웨이드가 몰핀을 맞으며 죽는 장면도 인상 깊었지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장면은 다른 장면들이었다. 미군이 참호 후방까지 진격해오자 총을 버리고 참호에서 뛰어나오는 독일 병사들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그들은 어떤 외국어로 다급하게 살려달라는 듯한 말을 하지만 미군 병사들은 그들을 사살한다. 다른 수많은 명장면에 묻혀 기억 속에서 사라진 장면이었지만, 언젠가 다시 본 영화에서는 이들의 대사에도 자막이 입혀져 있었다. (이들의 대사는 체코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충격적이었다.
“쏘지 마세요, 저는 독일인이 아닙니다, 저는 체코 사람이에요. 누굴 죽인 적도 없어요. 나는 체코인입니다! ("Please don't shoot me, I am not German, I am Czech, I didn't kill anyone, I am Czech!" )
영화의 감독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는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전쟁은 이런 것이다’라고 밝혔다는데, 그 묘사가 참 정확하다.
통역병 업햄Upham은 마지막 방어전에서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며 숨어있는 캐릭터다. 업햄은 결국 동료가 죽게 내버려둔다. 업햄은 살인을 방조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적어도 감독의 의도는 그래보였다). 하지만 그가 동료를 도와 동료가 독일 병사를 죽일 수 있게 했다면, 그 또한 또다른 죄가 될 것이다.
전쟁은 결국 모순 투성이의 혼돈이다. 하지만 일개 시민의 힘으로 토네이도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